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이면 으레 더운 줄은 알지만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한 달 이상 뜨겁게 달군 적은 없었지요. 더위가 35도를 넘어 40도 가까이 올라서자 아프리카 사막의 더위가 더 낫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오히려 사막은 습기가 없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했는데 우리나라는 습도가 높아 한낮의 용광로 더위와 함께 불쾌지수도 최고조로 올라갔던 여름이었습니다.
안나의집 어르신들도 한낮의 더위를 에어컨과 함께 보내야만 했습니다. 전기세 폭탄을 두려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켜곤 했는데, 어르신들의 절약정신은 폭염 속에서도 빛이 났답니다. 조금만 켜 놓으면 춥다 하고, 조금만 꺼 놓으면 덥다 해서 에어컨을 연실 껐다가 켜기를 반복했지요. 혹시 어르신들이 더위를 먹으면 어쩌나 염려도 하면서 어느 때보다 각별히 영양에 신경을 썼던 여름입니다.
초복이 지나고 중복이 되었을 때는 정말 계속 이렇게 덥다면 어찌 살까 싶었는데, 고마우신 후원자분이 중복을 맞아 어르신들 몸보신이라도 시켜드리라며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어찌나 고맙든지 더위도 잊은 채 어르신들과 당장 에어컨 빵빵 나오는 식당으로 달려갔답니다. 평상시에 먹어보지 못한 메뉴를 골랐습니다. ‘장어덮밥’이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1인분씩 한상차림으로 내어 주셨는데 모두들 남김없이 싹싹 비우며 참 잘 드셨습니다. 자주 사 드리지 못해 너무도 송구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연신 맛있다며 “늙은이가 호강이구만, 참 고마워요”, 인사를 잊지 않으십니다.
요즘 어르신들은 작은 방 한 칸을 임시로 빌려서 함께 거주하고 계십니다. 시설 개보수 공사가 2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완성이 안 되었기 때문이지요. 초복에 이삿짐을 옮기느라 정말 비 오듯 땀을 쏟았는데 이젠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한 달이면 공사가 끝난다는 말에 한여름 옷만 챙겨 왔는데 말이지요.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빨리 시설로 들어가서 정리도 하고 어르신들도 새로 적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이제 곧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마음이 더 급해지나 봅니다. 새로 단장된 보금자리에서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실 우리 어르신들이 항상 무탈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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