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11일 ‘모니카의 집’에 발령 받아오던 그날, 거실엔 비가 새서 대야를 놓아야 했고, 창고 방 보일러 밸브에서도 계속 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하수구는 막혀 있고, 거실과 각 방 바닥은 깨져 걸을 때 마다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장판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방마다 거미줄이 가득했고, 거실 천정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덜렁거려서 급하게 철사로 잡아매었지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난방은 연탄 기름보일러 겸용이었는데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쪽만 틀었습니다. 얼마나 춥던지, 사무실에서 장갑을 끼고 털신을 신고 한겨울 방한복을 입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양쪽 거실에 연탄난로를 놓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지요.
모니카의 집은 1987년 건축 설계 없이 광부들의 봉사로 지어진 집으로 공사 사진을 보니 벽돌을 쌓아 지붕만 올린 것 같았고 얇은 콘크리트 벽에 단열재도 없이 지어진 집이었습니다. 이듬해 봄부터 공동모금회에 세 차례, 복권기금 등을 받아가며 공사비가 준비 되는대로 액수에 맞추어 보강공사를 10 여 차례 넘게 하며 이제껏 살아왔습니다. 수리 하는 동안 이곳저곳으로 옮겨 살며 참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해마다 보수를 하고 있지만, 안전진단 결과 집 전체가 노후 되어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구조적인 부분은 근본적으로 해결 되지 않기에 결국은 법인에서 이주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지난 20년간 참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아왔는데 막상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쉽고 허전합니다. 산이 가까이 있어 좋았고 언제든 찾아가 기도할 수 있는 공소가 옆에 있으니 좋았고 무엇보다도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산으로 들로, 심지어 시장에도 함께 가고, 병원과 은행에도 온 가족이 함께 다녔습니다. 어쩌다 혼자 가면 모두가 궁금해 할 만큼 지역에서 모니카의 집은 유명해졌습니다.
이제 우리 어르신들은 원주시 봉산동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법인에서 ‘안나의 집’ 건물을 새로 보수하여 더 좋은 환경으로 모니카의 집 어르신들을 함께 모시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이사 가면 우리집 차량이 없어 어떻게 하냐며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 정선 강원랜드에서 지원받은 차량이라 지역을 벗어나면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은 요즘 차가 생기게 해 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하며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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