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정의와 평화를 위해 걷는 사람들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151123.jpg 이른 아침부터 원동 주교좌 성당으로 하나 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올해로 7회 째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희생했던 지학순 주교님의 발자취를 추억하며 함께 걷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의 사건은 단순히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재현하고 이어가야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과거 우리의 어두운 역사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끌어안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민주시민들이 있었다면, 오늘에도 역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같은 모습으로 정의와 평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우리가 모여서 함께 걷는 길은, 과거사의 잘못된 일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동시에 평화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을 기억하여 그들의 삶을 본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 200여명이 원주시 원동성당을 출발하여 봉산동 천사들의 집까지 총 8km의 거리를 걸으며 평화의 소중함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천사들의 집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따사한 가을 햇살 아래 모여 앉아 점심을 나누고 작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지학순 주교님의 삶을 재조명해 보았습니다. 천사들의 집 장애인들이 다수 참석하여 자리를 채워주어 더 뜻 깊은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간직해야 할 과거의 소중한 정신들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바쳤던 영웅들은 과거뿐 아니라 현재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행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 속에서 행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과거는 현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소중한 우리의 유산입니다.

Message Date: 11-23-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