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노인요양원 김장하는 날

장해영 (영월군 주천면 영월군노인요양원 원장)

151130.jpg 김장하는 날은 마음이 바빠집니다. 그야말로 산더미 같은 일은 하루에 끝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김장배추 수량을 500포기만 하기로 하고 작년보다 조금 줄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요양보호사가 김장을 돕다가 허리를 삐끗하여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다친 요양보호사는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큰일을 앞두고 늘 겁이 납니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며 누누이 설명해도 일을 하다보면 불상사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요양보호사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기에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을 케어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주방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습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무실 직원들만 두 배로 바빠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배추를 자르고 절이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씻어 물기를 빼고 속을 넣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3일 동안 허리 펼 시간도 없이 500포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으니 “아구구 허리야 ~” 비명이 절로 나오나봅니다. 둘째 날 속을 넣는 작업은 앉아서 하는 일이라 튼실한 요양보호사 2~3명이 일손을 거들어 훨씬 수월했습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곧 비가 그치면 이제부터 겨울추위가 시작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영월군노인요양원은 산간오지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직원들이 자동차로 산길을 넘고 넘어 출퇴근을 합니다. 올겨울도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넘겨야할텐데 날씨만 꾸물꾸물해도 눈이 올까 조마조마 합니다. 김장은 끝냈으니 한시름 놓으면서도 강원도 산간에 눈이 온다는 예보는 반갑지 않습니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Message Date: 11-30-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