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유충희 신부

160125.jpg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는 "의식주" (衣食住) 일 것입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꼽으라면 ' 먹거리' (食)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주님의 기도에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빵만으로 살지 못합니다. 일단 배부르고 나면 인간은 정신적 가치들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들은 "진선미"(眞善美)일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진리를 찾고, 선을 행하며, 아름다움을 즐깁니다. 보통사람들은 제각기 타고난 소질에 따라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나 둘을 가꾸기 마련입니다. 어느 것 하나만이라도 잘 가꾸면 "진선미" 자체이신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사제생활 25년 동안 예수님 공부를 하면서 희미하게나마 하느님을 만나는 복락을 누리다가 지난해부터 후원회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이 저에게 베풀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와서 베품을 통하여 하느님을 만나고 전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후원자 여러분들이 그런 고마운 분들이 아니겠습니까!

한국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모든 이들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예외가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저희 원주가톨릭사회복지 후원회에 따뜻한 사랑을 보내주시는데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경제의 추락과 교회 성장의 둔화로 후원회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하느님께 거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진 여건에 의해 낙관을 해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비관을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신앙인에게 미래는 완전히 열려 있습니다. 이 열려있는 미래 앞에는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의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내게 무엇이 주어졌든 그것은 내 손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고 주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를 가리켜 "은혜" 라고 합니다. 오늘 저희 각자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각자가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느님의 베푸심입니다. 따라서 내게 주어진 것은 주신 분이 언제든지 도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어진 동안에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처음부터 이것은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오늘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면서 관리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려고 합니다. 올 한 해 여러분 모두에게도 은혜로운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Message Date: 01-25-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