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곰팡이 집에서 살던 가족들

정선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산간지역 작은 마을을 가려면 구불구불 험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이곳에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시골집 단칸방에서 시아버지를 모시고 어린 아이들 세 명과 부부가 함께 사는데 방안이 온통 곰팡이로 덮여 있어 그 열악함은 보는 이도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고령인 시아버지를 모시고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의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가정으로 정부의 지원을 조금 받고 있는 가운데 남편은 지병을 앓으면서도 자활센터에서 성실히 일하며 자녀들을 위하여 자활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겨울날 한기를 내뿜는 단칸방에서 가족들은 서로를 의지했고 지난해에는 아이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부인의 출산 전에 집수리 계획을 세웠지만 부친의 경운기 사고로 인해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집수리는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정선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배은하 신부)에서는 가족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124프란치스코회’라는 후원단체에서 정선군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계층의 다문화가정 일곱 가구를 선정하여 생계비와 교육비, 의료비와 주거환경개선비를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보다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가족들은 소원을 이루게 되어 한없이 기뻤습니다. 머나먼 이국땅으로 시집 와 언어와 문화를 채 익히기도 전에 아이를 낳고, 기댈 곳 없는 이방인으로 생활고에 허덕이면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가족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부부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후원회원들은 힘을 합쳐 집수리를 시작했습니다.

집수리 하던 날 가족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하며 행복해 했고, 두 부부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작은 관심과 나눔이 큰 변화와 기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도움을 받은 가족들은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며,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도움을 준 ‘124프란치스코회’에 감사드립니다. (‘124프란치스코회’는 124위 복자들의 순교정신을 기억하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라는 교황님의 가르침에 따라 서울 고덕동본당 신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후원단체입니다.)

Message Date: 03-07-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