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하느님의 축복인 노년의 의미

신현만 시몬 신부 (원주교구노인사목연합회 ‘한빛터’ 지도신부, 천사들의 집 원장)

160418.jpg 인생 5복 중에 첫 번째 것은 장수하는 것이라 합니다. 요즘을 노령화 시대라고 특징짓는다면 분명 우리 사회 안에 하나의 축복임에 틀림없습니다. 불로장생을 원했던 사람들은 죽음을 면할 수는 없어도 천수를 누리는 행복을 바랬고 이 시대에는 그 바람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수시대,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걱정거리로 나타나면서 장수와 관련된 노년의 의미를 새겨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하느님의 원의와 일치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시간의 길이나 연장만으로 축복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되어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마땅히 ‘인간됨’이라는 절정의 순간에 도달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출생과 성장 그리고 완성의 단계를 거칩니다. 사람의 경우도 출생으로부터 성장과 성숙 그리고 마침내 완성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노년이란 자연스럽게 완성의 단계에 가까이 다가선 가장 귀중한 시간일 수 있습니다. 삶의 향기가 짙게 풍겨나는 축복의 시간인 것입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3단계를 걸쳐서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첫째는 받는 단계요, 둘째는 가지는 단계요, 셋째는 나누는 단계라고 합니다. 노년은 당연히 마지막 나누는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받았고 가졌으니 이제는 모든 것을 나누는 단계를 살게 되는 것입니다. 성숙을 향한 계단은 자신을 비우는 데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지금까지 자신을 옭아매었던 온갖 욕심을 털어내면서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오랜 세월 동안의 많은 경험은 변함없는 진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정체를 정리하면서 자유로운 인생을 만나는 것입니다, 비워야 할 준비가 분명해진 상태입니다.

노년의 축복은 무엇보다도 젊음을 대신하여 나타나는 영원한 가치를 지향하는 희망일 것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노쇠현상으로 인해 자신감이나 열정이 사라질 수 있지만 지혜를 통해 진정 가져야 할 대상을 분별할 줄 알게 됩니다.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행복할 줄 알고 이웃과 세상을 품어 안을 넓은 마음도 갖게 합니다. 봄철이나 여름철의 푸르름이 아름답지만 가을의 단풍이나 황금 들녘은 한층 품위 있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선사합니다. 인생의 가을 같은 노년은 이토록 은총의 시기입니다. 그 시기를 잘 이해한다면 노년과 장수가 축복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년의 축복은 이처럼 가난하고 온유한 마음 안에 주님께서 선포하신 참행복(마태오 5장)으로 가득 찬 삶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 흐르는 물이 하류로 갈수록 조용하면서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노년의 모습을 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노년의 축복을 누리는 장수시대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Message Date: 04-18-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