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어르신, 외로워하지 마세요

장해영 (안나의 집 원장)

160509.jpg 홀로 빈소를 지키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원주시 봉산동 ‘안나의 집’이라는 작은 노인시설에서 5년 세월을 함께 동락하며 지내시던 어르신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미 예견했던 이별이었지만 가족도 친지도 아무에게도 연락할 곳이 없었습니다. 무 연고자였기에 장례조차 치러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20여 년 전에 상조보험에 가입을 하셨지만 어르신이 생존해 계실 때 이미 상조회사는 자취를 감추고 행방불명이 되어 있었지요. 생각나실 때마다 상조보험 증권을 꺼내보시며 든든해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르신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회사가 망해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차마 알려드릴 수 없었습니다. 가입 당시 상조회사에서 유일하게 받은 혜택이 수의 한 벌이었고 그 수의를 입으시고 먼 길을 떠나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깁니다.

인생사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가족이 없어 빈소조차 차릴 필요가 없는데 우린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시설 가족들이라도 하루 빈소를 마련하여 고인을 위로해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빈소 입구 칠판에 적혀진 ‘상주 – 안나의 집’이란 글자가 더욱 처량해 보였지만, 생전에 가톨릭 신앙은 없어도 늘 성모상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하셨던 어르신을 생각하며 망자를 위한 기도를 정성스럽게 바쳐드렸습니다. 생전에 좋아하시던 참외와 수박, 요플레 등을 차려놓고 시설 가족들은 또 그렇게 어르신에게 미안해하며 위로를 삼습니다.

이웃집 빈소마다 문상객들의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세상만사가 참으로 헛되고 헛되다는 성경 구절을 떠올립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참 뜻을 헤아려보니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육신마저도 내 것이 아니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기에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도리와 순리에 어긋남 없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르신, 너무 외로워 마세요. 우리 모두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떠나니까요.”

Message Date: 05-09-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