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정선 프란치스꼬의 집 개원 10주년

정선프란치스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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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굽은 산길을 몇 바퀴 돌고 돌아서야 만나게 되는 정선 땅! 이런 오지에서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산골입니다. 이곳에 자리 잡은 정선 프란치스꼬의 집은 성인 중증장애인 시설로 40명의 장애인들이 한 가족으로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앞마당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계곡 아래 흐르는 시원한 강물은 장애인들의 놀이터가 되어줍니다. 계절 따라 변하는 천혜의 자연은 덤으로 주어진 선물처럼 설렘과 기쁨을 안겨주지요. 그래서인지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하는 이곳 장애인 가족들은 유난히 밝고 생기가 넘쳐 보입니다.

2006년 이곳에 첫 삽을 뜰 때도 장소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둘러보니 신선이 머물렀던 장소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무한하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설직원들은 1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손님을 맞느라 여념이 없는데 장애인들은 들뜬 나머지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며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지역 내 아라리 섹소폰 동호회 회원들의 멋진 연주로 시작된 기념식은 현충일을 맞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을 위한 묵념으로 숙연해 졌습니다. 법인을 대표하여 상임이사 유 충희 신부님은 인사말씀에서 정선 땅은 울면서 들어가 울면서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너무 외딴곳이라 울면서 들어갔다가 살다보니 너무 좋고 정이 들어서 울면서 나온다는 말이지요. 신부님은 외지고 척박한 곳이지만 아름답고 정겨운 땅에서 모든 가족들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서로 베풀고 배려하는 삶으로 은혜로운 공동체를 가꾸어가도록 격려해 주셨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초심을 잃지 않고 10주년을 계기로 더욱 겸손하게 장애인들과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곳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오후에는 원주교구 신임 교구장이신 조규만(바실리오)주교님의 축하 기념미사가 있었습니다. 사회복지 전담사제들이 모두 참석한 미사에서 주교님은 주변 자연을 보니 예수님의 산상설교의 모습이 연상된다며 진복팔단의 행복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행복은 물질로만 얻을 수 있는 아니기에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축원해 주셨습니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앞으로 또 10년을 내다보며 장애인들의 행복한 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Message Date: 06-20-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