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장애인들의 야구장 나들이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160627.jpg 아침부터 시설이 떠들썩합니다. 두산베어스 초청으로 잠실야구장을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두산베어스 대표이사 김승영(사도요한) 사장님이 장애인들을 야구장으로 초대하여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해 주시고 또 모자와 야구공 등 기념품도 챙겨 주셨습니다. 올해는 천사들의 집과 갈거리사랑촌, 장주기 요셉재활원의 장애인들이 같은 날 잠실야구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야구장을 처음 가보는 친구들은 경기장 규모와 많은 관람객들의 수에 놀라면서도 바로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하며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열렬히 박수와 응원을 쏟아냅니다. 팀 소속도 모르면서 어리둥절 묻어가는 친구들은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신나는 축제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야구에도 인생이 담겨있고, 쉽사리 결정 나지 않는 순간들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인내해야만 결과를 알 수 있듯, 야구는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운동이지요. 타자와 투수는 정 반대의 인생을 설계해야 승률이 앞설 수 있습니다. 타자가 빠른 공을 원할 때 투수는 느린 공을 던져야 하고 반대로 느린 공을 원할 때는 빠른 공을 던져 상대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선수 한 사람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야구의 매력입니다. 선수 개인이 아무리 유능해도 함께 단합하지 않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겠지요.

장애인 친구들도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인생 교훈을 배웁니다. 비록 치유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가족들은 시설에서 생활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팔이 성한 사람은 팔이 불편한 친구들을 도와주고 걸을 수 있는 친구들은 휠체어를 밀어 주며 걷지 못하는 친구들의 다리가 되어주지요. 타자가 안타를 치고, 투수가 삼진을 잡는 순간들이 모여 팀을 승리로 이끌지만 한 순간에 꼴찌가 1등을 이길 수 있듯이, 우리 장애인 친구들도 야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그렇게 인생의 순리를 배워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기도 하고, 꼴찌가 첫째가 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Message Date: 06-27-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