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다문화 가족의 한국살이

영월다문화가족지원센터

160718-1.jpg 2003년 희망의 꿈을 품고 필리핀에서 한국의 산골 영월 땅으로 시집온 한 주부가 있습니다. 남편은 고혈압과 통풍으로 이미 심신이 지쳐 있었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비관하는 가운데 매일 술을 마시며 자포자기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부인은 실망과 좌절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엄마이기에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용기와 힘을 내야 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회사에 청소 일을 다니며 묵묵히 아이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였습니다. 때론 분노하며 원망도 해 보았지만 자신이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십자가라 여기며 열심히 청소를 해서 생활을 근근이 이어갔습니다.

주거환경 또한 낙후되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지경이었습니다. 주부의 노동력으로 온 가족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고, 방충망은 찢어져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하수구는 언제부터 막혀 있었는지 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160718-2.jpg 지역 기관 연계를 통해 딱한 사정을 듣게 된 영월 교도소 교도관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영월 군조인 ‘까막딱따구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교도관들은 막혀 있는 하수구를 뚫느라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마침내 5년 동안이나 막혀있었다는 하수구가 시원하게 뚫리자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깨어져 방치되었던 유리창과 방충망도 바꾸고 오래된 가스렌지까지 새 것으로 교체해 주었습니다.

가족들은 새롭게 달라지고 좋아진 환경을 보면서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주위의 따뜻한 관심을 받고 보니 미안했던지, 완고했던 마음이 조금씩 움직여 술도 줄이고 앞으로는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집 앞 작은 텃밭도 손수 가꾸며 농사일을 시작하는 남편의 작은 변화에 가족들은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영월 교도소 까막딱따구리 봉사회의 행복한 나눔의 행보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Message Date: 07-18-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