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사랑으로 사는 것

김일순(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갈거리사랑촌 봉사자)

160725.jpg 봉사라는 이름으로 ‘갈거리사랑촌’을 만난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봉사를 한다고 무작정 갈거리사랑촌을 찾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처음 마주한 장애인들과 우리는 낯이 설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찌할 줄 몰라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 서먹함을 뒤로하고 곧바로 목욕봉사에 들어갔습니다. 조심스럽게 목욕을 시키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온 몸의 기운이 모두 소진되어 땀이 비 오듯 흘러 내렸습니다. 목욕이 끝나니 “휴우~”하는 한숨이 먼저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그저 막막함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인가에 이끌려 한 주 두 주 계속 방문이 이어졌고,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어느새 우리는 시설 가족들과 많은 정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목욕시키는 것은 가벼운 운동처럼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봉사자들끼리도 서로 무엇을 할지 어떤 일을 도울지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그렇게 목욕 봉사는 무실동 성당 레지오 ‘능하신 동정녀’ 팀의 월례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은 봉사한다는 우쭐함으로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처음 가졌던 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언젠가 읽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 주고받는 아름다운 사랑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안보면 안 될 것 같은, 보면 가슴 뿌듯하게 해주는 그녀들에게 감사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미카엘 천사의 미소를 생각하며 나도 미소 짓게 됩니다. 어렴풋이 그 뜻을 이해 할 것 같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편견 없이 지내고 조금씩 배려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더 노력하고 나누는 삶으로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복지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Message Date: 07-25-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