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나라미(米)’한 가마니의 사랑

장해영(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자원개발부장)

160815.jpg ~ 따르릉 따르릉 ~ 후원자의 전화입니다. “쌀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별로 소중한 것은 아니지만 꼭 원주 사회복지회에 주고 싶어서요.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데 내가 늙은이라 계단으로 쌀을 옮길 수도 없고... 와서 가져가면 좋겠는데...”

잠시 코끝이 찡해 졌습니다. 처음엔 농사를 지어서 함께 나누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냥 택배로 보내주시지요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택배조차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있을 터이니 그들에게 나누어주셔도 좋겠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지만 꼭 원주 사회복지회에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후원자 명단을 찾아보니 15년 전부터 회원으로 가입하여 매달 후원회비를 거르지 않고 내고 계셨습니다.

기초생활 수급비로 근근히 살아가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힘닿는데 까지 나눔을 계속 하겠다며, 무더위에 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정성이 너무 아름답고 고마워서 받을 방법을 찾았습니다. 서울 택배회사를 통해 부탁을 하고, 쌀을 원주로 배달하면 착불요금을 지불하기로 하였지요. 쌀 네 포대(80kg-한가마니)가 배달되던 날 비로소 ‘나라미’ 인줄 알았습니다.

노(老)부부는 영세민으로 나라에서 주는 기초수급비로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오랜 기간 병원에 입 퇴원을 반복하였다고 합니다. 나라에서 생활비를 주는 기초생활 수급권자들에게는 시중의 절반가격으로 쌀을 구매할 수 있는데 그것이 복지용 쌀인 ‘나라미’입니다. 예전에는 ‘정부미’라고 불렸던 쌀이지요. 병원을 오가느라 밥을 해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쌀이 그냥 남았다고 했습니다. 좋은 쌀이 아니라며 거듭 미안해 하셨지만 원주 사회복지회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나라미 한 가마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담아 장애인들의 작업장에 쌀을 전해 주었습니다.

소중한 나눔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이웃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Message Date: 08-15-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