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부족해도 행복한 일상

장해영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자원개발부장)

160822.jpg 한여름 폭염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요즘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안나의 집 어르신들도 더위에 꼼짝을 못하고 계시답니다. 오전에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부채질을 하며 견디다가 오후에는 뜨거운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 에어컨을 틀어 놓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면서 전기료를 아껴야 한다며 서로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지요. 절약이 습관처럼 익숙한 분들이십니다. 6,25를 몸소 겪은 세대이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살아온 세대이기에 시설에 의탁하며 살아가면서도 가난을 불평하기보다 당연한 것처럼 감수하며 살고 계시는 것입니다.

복 더위에 몸보신을 시켜드리겠다는 봉사자들의 반가운 소식에 잠시 더위도 잊은 채 외출준비가 한창입니다. 유일하게 안나의 집 봉사자인 사사모(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초대로 외식을 하는 날입니다. 어르신들은 사사모 회원들과 삼계탕을 드시며 마냥 행복해 하셨습니다. 안나의 집은 노인 공동생활 가정인 작은 시설이다 보니 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발길이 거의 없기에 이런 시간들이 더욱 고맙고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설이지만 늘 그랬듯이 어르신들끼리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지요. 요즘 들어 시설 곳곳에 오래된 생활용품들의 고장이 잦고, 부서지고 깨져서 교체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 걱정입니다. 어르신들의 수급비로 운영하는 곳이기에 십 만원만 넘어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합니다. 20년을 넘게 사용한 부서지고 고장 난 옷장에 어르신 옷을 걸어드리며, 내년엔 꼭 새 옷장을 마련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설형편이 풍족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은 나름 행복합니다. 의지할 곳이 있고 가끔씩 삼계탕 대접도 받으니까요. 어르신들끼리 서로서로 의지하며 또 외로움을 잊습니다. 내일은 쌈짓돈을 아끼고 아껴서 속옷 깊숙이 보관하고 계셨던 어르신이 아이스크림을 쏘시겠다며 벌써부터 내일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마냥 들뜨고 행복한 미소가 번집니다. 장수의 비결은, 이렇듯 평범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Message Date: 08-22-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