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천사들의 합창, 어울림의 기적

천사들의 집

151015.jpg 원주시 봉산동 산아래 동네에는 ‘천사들의 집’이 있습니다. 장애아동 120여명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어언 25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초창기에 들어온 어린 아기들이 폭풍처럼 성장하여 장가갈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시설은 점점 낙후되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능보강 사업을 통하여 지속적인 보수를 하였지만 워낙 낡고 오래된 시설이라 손보아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장애인 친구들은 시설 형편이 열악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여전히 밝고 힘차게 뛰어 놀며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요즘은 개인의 취미나 특기를 살려주려고 맞춤형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태권도나 유도에 관심있는 친구들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시합에도 출전하여 입상을 하는 등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고 합니다. 노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맘껏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성가대를 결성하여 연습을 하고 주일 미사에서 단복을 입고 목청껏 성가를 부르면서 자신을 뽐내기도 하지요.

지난 9월 20일 한국순교자들의 대축일을 기념하는 미사에서는 성가대 친구들이 유대철 베드로 신부님(천사중증요양원 원장)의 영명축일을 맞이하여 특송을 멋지게 불러서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나날이 갈수록 소리가 모아지고 예뻐진다는 신부님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환한 미소로 기쁨을 드러내는 친구들이 대견해 보입니다. 악기를 배우는 친구들은 미사 때 성가대와 함께 악기를 한 번씩 흔들며 반주를 넣습니다. 이곳 천사들의 집에서는 장애인 친구들의 투박하고 서툰 어울림이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더 진한 감동과 기쁨을 주는 기적 같은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Message Date: 10-15-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