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신부님, 울지 마세요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160905.jpg “내가 좋아하는 신부님, 가지 마세요. 어~엉...”

원주시 봉산동 장애인 아동 시설인 천사들의 집(원장: 신현만 신부)에서 원장 신부님의 송별미사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친구들은 미사 시간 내내 눈물로 안타까운 이별을 준비하며 신부님과의 마지막 주일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신부님이 천사들의 집에 부임하셨을 때 가장 먼저 장애인 친구들의 특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을 하셨는데, 그 결과 친구들은 저마다 악기 하나씩을 손에 들고 주일미사를 신나게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탬버린과 핸드벨을 흔드는 친구, 딸랑이 방울을 손에 쥐고 노는 친구, 캐스터네츠(딱딱이)로 박자를 맞추는 친구들, 리코더로 리듬을 살리는 친구들까지 각양각색의 악기들이 동원되어 천사들의 집 주일미사는 늘 새로운 찬양으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신부님이 만들어 놓은 ‘엔젤하모니’ 장애인 합창단 친구들이 신부님을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친구들의 아빠, 아버지가 되어준 원장 신부님이 먼 이국땅 캐나다로 떠나신다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오나 봅니다. 한 달 내내 이별을 준비했지만 이제 곧 떠나실 시간이 다가오니 더욱 슬픈 까닭입니다. 신부님만 보면 쪼르르 달려와 매달리며 갖은 응석을 다 부렸던 아이들입니다. 아빠처럼 친구처럼 그 많은 아이들의 응석을 다 받아주셨던 신부님과 얼마간 헤어져야 한다니... “내가 좋아하는 신부님, 가지 마세요…”를 외치면서도 결국엔 헤어져야 함을 아는 아이들입니다.

직원들도 준비한 이별가를 부르면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캐나다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시몬, 시몬, 내 사랑~”. ‘나성에 가면’의 노랫말을 개사하여 신부님께 노래선물을 드렸습니다. 신부님은 아이들의 이별 꽃다발을 받고 노래를 들으며 같이 우셨습니다. 장애인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많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신부님은 친구들의 환경을 좋게 해 주려고 노력하시고 또 친구들의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어 발휘할 수 있도록 애쓰셨습니다. 이제 조금씩 결실을 맺으며 더 발전하고 또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가는 단계였는데, 뜻하지 않은 사제 발령으로 안타까움은 두 배가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눈물을 보며 미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장애인 친구들이 “신부님, 울지 마세요…” 하며 또 위로를 보냅니다.

인생은 마치 순례의 여정과 같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성직의 삶은 한 곳에 미련을 두지 말고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대로 순례의 길을 가야 하는 것입니다. 영원한 세상을 가기 위해서는 늘 버리고 떠나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essage Date: 09-05-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