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갈거리 사랑촌 간호사 실습 후기

이경심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간호학과 3년)

160912.jpg 나는 간호학 실습을 갈거리사랑촌으로 나가게 되었다. 농촌 골짜기에 자리 잡은 성인 지적장애인 시설이었다. 장애인이라는 막연한 편견으로 인한 부담감이 컸으나, 사랑촌 가족들과 대면하는 순간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았다. 너무나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반겨주셨기에, 마치 오래도록 만난 사이처럼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실습이었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어느새 사랑촌 가족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눈만 마주쳐도 미소를 지어주는 가족들, 무조건 달려와 악수를 건네며 파이팅을 외치는 가족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움이요 행복으로 다가왔다. 장애인들을 위해 내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비록 장애가 있다 해도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몸속 깊이 배어 있는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간호학을 전공하며 배운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시설 간호 선생님을 따라 다니며 실습을 하였는데 시설 간호사의 모습에서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무엇이 친절이며 사랑인 지, 사람을 살리고 간호하는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시설의 간호 선생님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정성어린 손길로 시설 가족들의 마음까지도 치유하고 있었다.

갈거리사랑촌에서의 실습시간은 누구보다 내겐 특별한 시간이었다. 간호는 병원에서만 해야 하고 그것이 진정한 간호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협한 사고를 깨우쳐준 복된 실습시간이었다. 실습을 통하여 정신간호에 대한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병원 이외에서도 소명의식을 갖고 자신의 소임을 기쁘게 수행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었다. 갈거리 사랑촌에서의 실습은 간호사로서 살아가야 할 미래의 삶의 방향에 큰 이정표가 되어줄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촌 가족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간호사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Message Date: 09-12-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