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어머니의 미소

갈종임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정선군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161010.jpg 요양보호사로 요양원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나는 집에 계시는 시어머님을 문득문득 생각하곤 한다. 틈나는 대로 농사일을 하는 남편을 돕지만,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면서 성격도 밝게 변했다. 처음엔 어르신들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함께 생활하다 보니 부모 자식 같은 정이 들면서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반면, 집에 홀로 계신 어머님께는 데면데면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말동무 하나 없이 하루 종일 집에 홀로 계시며 식구들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머님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며칠 전에는 집 앞을 서성이다 지팡이를 잡은 채 넘어져 다리를 다치셨는데, 병원치료를 받아도 잘 낫질 않으신다. 정갈하고 엄격하신 분이셨는데, 그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웃지도 못했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아마도 내성적인 내 성품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요양원 어르신들과는 나긋나긋 이야기도 잘 하면서 어머님과의 대화는 어색하여 말문이 막혀버리곤 했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삶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쇠잔해지셨고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어머님을 바라보면 너무나 서글퍼진다. 어머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 속에 미운 정 고운 정도 깊어갔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맘을 헤아리게 되었다.

어느 땐 생뚱맞게 “에미야~!” 부르시곤 “빨간약이 백 원 하냐?” 하고 물으신다. 백 원으로 살 수 있는 약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나는 얼른 “네, 어머니 빨간약 사다 드릴께요!?” 그렇게 대답한다. 요즘은 내 얼굴을 보기만 하면 더 아프다고 어리광처럼 엄살을 부리시는 어머님, 요양원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갈 때면, 문 앞에 앉아 지팡이를 움켜쥐고 백발의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지나가는 차량을 확인하곤 하신다. “에미, 이제 오냐?” 눈 빠지게 기다리셨다며 에미 너 없인 이제는 못 산다고 하신다. 눈물이 핑 돈다. 종일토록 외로우셨을 어머님께 “어머니, 어서 들어가세요. 저녁 드릴께요.” 어머님 얼굴에 피어오른 잔잔한 미소가 행복이라 믿는다.

Message Date: 10-10-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