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마음을 울리는 연주회

장해영 (영월군노인요양원 원장)

151019.jpg 가을이 여물어 가던 어느 날, 우린 설레는 마음으로 어르신들과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요양원을 방문하여 안마 봉사를 하는 시각선교회 회원들도 자리를 같이 했지요. 오늘은 촉탁의사 선생님과 시각선교회 봉사자가 함께 섹소폰 공연을 하는 날입니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봉사자는 1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같은 음악을 수백 번도 더 듣고 또 들었으며, 손을 더듬어 정확한 음을 찾아가며 소리를 내기 위해 입술이 부풀도록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고 합니다. 세상이 온통 까맣게만 보인다는 시각장애인 봉사자는 무대에서는 원래 검은 안경을 써 줘야 돋보인다며 호탕하게 웃고는 나비넥타이까지 곱게 매고 섹소폰을 연주했습니다. 2곡을 연주하는 내내 검은 안경에 가려진 그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하여 섹소폰의 울림과 함께 우리들 마음마저 과거의 추억 속으로 촉촉이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촉탁의 선생님은 몇 년째 섹소폰을 공부하며 틈나는 대로 어르신 진료를 마친 후 연주도 종종 해 주시곤 했는데 이젠 몇 년 세월 갈고 닦은 실력이 프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우리 어르신들이 의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섹소폰의 깊고 맑은 연주로 인해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 치매어르신들임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시작되자 어쩜 그리도 조용하고 진지하게 경청하시는지~

오늘 섹소폰 연주는 특별했습니다. 무대랄 것도 없이 그저 물리치료실 한켠에 마련된 장소였고, 관람객이라야 직원들과 치매어르신들 40여명이 전부인 초라한 무대였지만 의사선생님과 시각장애인 봉사자는 섹소폰으로 우리들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울렸습니다. 두 사람의 연주를 들으며 노력하는 자만이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진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또한 우리가 가진 재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도 큰 은총이라 생각됩니다.

Message Date: 10-19-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