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홍보부

161116.jpg 원주시 봉산동에 위치한 ‘안나의 집’은 어르신 공동생활 가정입니다. 어르신들 여섯 분이 서로 의지하며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노인시설이지만 어르신들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여 치매어르신을 모시는 요양원보다 삶의 질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엔 자유롭게 산책도 하고 독서도 합니다. 실내에서 자전거 운동도 하며 건강을 다지기도 하지요.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백 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안나의 집에도 95세가 넘는 어르신들이 몇 분 계십니다. 더 정정하시고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는 분들이지요.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어느 사이에 이렇게 늙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고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떻게 죽을까 걱정을 태산같이 합니다. 모든 어르신들의 바람은 잠든 사이 하느님께서 조용히 데려가시는 것이라 했습니다.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 흘러간 세월이 마냥 아쉽기만 합니다.

어르신들의 무료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달래 드리려고 짧은 가을 소풍을 떠났습니다. 원주 흥업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를 방문 하였지요. 이곳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장관이며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어르신들은 어린이마냥 들떴습니다. 마침 후원자가 점심을 대접해 주어 식사 후에 대학을 방문하였지요.

대학캠퍼스를 보니 젊은이들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어르신들도 “젊으니 얼마나 좋아, 우리도 다시 젊어진다면 대학 갔을 텐데~”하시며 손주 같은 대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곤 곱게 물든 가을풍경에 연신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쏟아내셨습니다. 멀리 보이는 호숫가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잠시 가을 상념에 젖습니다. “지나보니 인생이 허무해. 앞으로 몇 번이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겠나. 실컷 보세요.”한 어르신의 발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합니다. 가을 햇살이 어르신들의 등을 따뜻하게 비추며 쓸쓸함을 달래 주었습니다. 다시 젊어질 순 없지만 젊게 살자고 어르신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Message Date: 11-16-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