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홍보부

161224.jpg 어둠이 내리고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한겨울 추위가 시작되어 갑자기 불어 닥친 찬바람이 몸속을 파고드는 겨울 저녁입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라는 현수막 아래 원주교구 내 신자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한마음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風前燈火(풍전등화)의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상황들이 날마다 뉴스속보로 전달되어 불안한 민심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요.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잘못된 처신과 선택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그 파장은 너무도 깊고 넓어 파헤치기조차 두려운 상황이 되어갑니다. 이로 인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선량한 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하고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시국에 우리 천주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소박한 바람으로 모여서 기도하고 함께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는 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보입니다. 시국미사가 있다는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신자들은 주교좌성당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한 겨울 추위에도 성당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사제와 수도자들도 성당의 절반을 채우며 동참하여 나라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조규만 주교님은 미사 강론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역대부터 지금까지 살펴보아도 대통령 복이 지지리도 없다 하시며 말문을 여셨습니다. 주교님의 말씀에 모두 공감하며 미사를 마친 후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였지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에 민심을 담아 소리를 질러 봅니다. 우리의 간절함이 겨울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를 염원합니다. 우리의 거룩한 외침이 청와대의 두터운 양심의 벽을 뚫고 지도자의 마음을 바꿀 수만 있다면 밤새 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지도자는 누구보다도 더 청렴해야 하고 결백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아름다운 나눔과 베품으로 사회가 시끌벅적해도 모자랄 판에, 우린 슬프게도 지도자의 그릇된 처사를 논하느라 시끌벅적하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듯이, 한줄기 촛불로 겨울 한파를 이겨내며 정의를 외치는 민심의 소리가 승리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우리 마음에 촛불 하나 켤 수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성탄을 기다립니다.

Message Date: 12-24-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