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요양보호사의 의무와 책임

조경호(천사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170209.jpg 뜻밖에 상을 받고 나니 감사하면서도 더 많은 책임감이 느껴지는 오늘도 “네~”하며 어르신의 부르심에 달려간다.

편안함과 청결을 위해 원하시는 케어는 물론이지만 말을 하지 않는 어르신에게는 스킨쉽을, 하소연하는 어르신께는 “그러시구나!” 하고 맞장구 쳐드리고 노인들의 마음을 읽어드리면서 밝은 미소로 매일 매일을 시작한다.

사실 나의 시작은 어느 날 친정 엄마가 쓰러지시고 일년 반을 모시면서 노인을 집에 모신다는 것은 돌보는 사람의 삶을 내려놓아야 함을 알게 되었고 이후 나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생각은 있으나 자신의 몸이 노화로 움직일 수 없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사시다 가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면서 노인의 삶, 마지막 부분에 함께 해드릴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어르신을 모시는 일이 현장에서는 정말 힘든 부분이 많이 있었고, 힘들어도 어르신들 앞에서 표현할 수 없음에 더 많은 미소로 밝게 생활하며 어르신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조 선생 씩씩해서 좋아. 밝아서 좋아”라고 말씀을 자주 해 주신다. 그러면 나는 미소로 감사를 표현한다. 이건 내가 일하는 원동력이다. 시간이 좀 흐르면 무엇을 원하시는지 느낄 때가 있다. 한 어르신께 “젖소가 그려진 수면바지 너무 예뻐요”라고 했더니 평소의 표현에 따라 눈동자, 얼굴표정이 달라지시는 모습을 보면 좋은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행복하다. 식사 전 간단한 체조를 할 때 불편한 몸을 움직이시면서 즐겁게 잘 따라 하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우렁차지고 신난다. 때론 생각지 않는 데서 어르신들 때문에 한바탕 크게 웃을 때가 있는데 이러한 시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성모님께 기도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천사노인요양원 어르신들과 선생님들의 건강과 평화로운 날이 되기를, 또한 평화로운 하루에 감사기도를 드린다.

고맙습니다.

Message Date: 02-09-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