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원주역 대합실 ‘시화전’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홍보부

170313-small.jpg 원주에 있는 오래된 기차역 대합실, 열차를 이용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오가는 현장이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대합실 차가운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신문지를 이불삼아 밤을 보내는 노숙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시비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들의 복지를 위해 근처 ‘원주노숙인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노숙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벌써 대합실에서는 다섯 번째 시화전을 열고 있습니다. 시는 매주 화요일에 노숙인센터 좁은 사무실에 모여 직접 글을 쓰고 낭독을 하며 발표를 합니다. 이렇게 쓴 글들 중에 고르고 고른 시들을 모아 족자를 만들고 시화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자금이 없어 전시 장소를 대여할 수 없는 형편이기에 원주역 대합실에서 시화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하고 보니 원주역만한 곳이 없습니다. 노숙인들은 시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처음보다는 더 진지한 모습으로 성심성의껏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인의 작품이 액자로 걸려 있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삶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되나 봅니다. 보잘 것 없는 노숙인들의 전시회를 일부러 관람하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원주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오고 가면서 흘끔흘끔 쳐다봐 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노숙인들의 숙소와 쉼터가 되어주던 대합실이 노숙인들의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이 또한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이곳 대합실에서 시인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6회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합실을 이용하도록 편의를 봐 주시는 원주역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노숙인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원주역에 기대어 일어서고 있습니다. 6회 전시회를 할 때는 시모음집도 한 권 발간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주역에서 시화전을 하는 형제 중에는 자활에 성공하는 이가 있고 시인이 탄생하는 이가 분명 있을 것을 믿으며 원주노숙인센터에서는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한발자국씩 나아갈 것입니다. 노숙인들이 더 큰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Message Date: 03-13-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