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어린 요양보호사의 꿈

김동건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정선군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170515.jpg 내 나이 올해 스물다섯, 입사 9개월 차 접어 든 남자 요양보호사입니다.

원래 저의 꿈은 ‘사회복지사’였습니다. 하지만 2012년 아버지께서 큰 교통사고를 당해 학교에도 못간 채 몇 달간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간호하며 집안일과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대학 진학은 고사하고,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하였습니다. 학교를 갓 졸업한 저는 꿈을 접어야했기에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렇게 꿈을 잊은 채 군대를 다녀왔고, 전역 이후 집안사정이 나아지자 부모님의 도움 없이 굳은 결심으로 독립을 하였습니다.

일용직으로, 용역을 다니면서 직업정보를 알아보다가 ‘요양보호사’ 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학창시절 꿈과 비슷한 점이 많아 이론과 실습을 교육받으며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따게 되었습니다. 자격증을 따자마자 현 직장인 정선군 노인요양원에 입사를 지원하였습니다. 처음 어르신들을 뵈었을 때, 다들 저를 보고 고등학생이 봉사활동을 왔거나 공익요원인 줄 아셨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로 들어왔다고 하니 놀라시며 “어린 남자가 요양보호사로 온 것은 정말 흔치않은 경우”라며 기쁘게 맞아 주셨습니다.

입사 초반, 선배 선생님들에게 물불 가리지 않고 열정을 다해 어르신 케어에 대해 배웠습니다. 남들이 꺼려하는 어르신들 기저귀 케어, 낙상 등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케어, 일상생활을 체크하는 개인관찰일지 작성법 등 처음엔 어려웠지만 당연히 해야 되는 기본소양이라 여기며 익혔습니다. 입사 중반엔 엄마뻘 되는 선배 동료들과 갈등도 있었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원망하며, 퇴근 후엔 속을 끓이며 울기도 했지만 격려와 사랑 주시는 선배 동료들과 어르신들 덕분에 사회를 배우며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접어두었던 사회복지사의 꿈을 향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노인복지를 잘 공부해서 어르신들에게는 손자처럼 동료 선배들에게는 아들처럼, 어린 요양보호사의 당차고 행복한 걸음걸이는 계속될 것입니다. 많이응원해 주세요.

Message Date: 05-15-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