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흩날리던 꽃비, 여름이면 찬란하게 빛나던 초록나무숲, 가을이면 바람에 춤추며 떨어지던 아름다운 단풍잎, 먼데서 들리는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내며 내리던 눈의 겨울이 그렇게 몇 번이고 지나 벌써 15년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계절이 지나는 동안 내 사랑은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해 본다.
‘엄마! 엄마~~’ 이 말은 살레시오의 집에서 불리는 내 이름이다. 거주인의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그렇게 부른다. 그 중의 몇몇 사람은 하루에 몇 번을 마주치더라도 그때마다 “엄마, 안녕하세요? 엄마, 뭐 해? 엄마, 내일 와?” 하고 묻는다. 그럴 때면 “네~ 언니도 안녕하세요?”, “지금 일하고 있어요~”, “네, 내일 와요~”하고 답한다. 될 수 있으면 그 모든 물음에 웃는 얼굴로 친절하고 상냥하게 답하고 싶은 큰 사랑의 마음을 품어보지만, 때로는 그 물음이 귀찮아서, 때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때로는 ‘지금은 바빠서~’ 때로는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교육상 좋지 않을거야~ ’하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내미는 손을, 다가오는 얼굴을 가끔씩은 모른 척 할 때도 있다.
그렇게 모른 척 한 후 시간이 얼마 지나면 가끔은 미안한 마음에 “제가 커피 한 잔 사 드릴께요~” 하면서 200원 짜리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작아졌던 사랑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때로는 “❍❍씨, 실내화 신발장에 좀 올려주시겠어요?” “와~잘 한다. 그런 것도 할 줄 아시네. 동전 생기면 커피 뽑아 드릴께요.” ‘언제요?’ “동전 생기면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커피 한 잔으로 현혹시키면서 거주인의 생활재활을 돕기도 한다.
“엄마, 안녕하세요?”, “엄마, 지금 뭐 해?”, “엄마, 내일 와?” 가족들과 마주치는 그 순간마다 내미는 손을 기꺼이 잡아주며 환대하는 것이 내가 드리는 기도의 순간이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믿음과 사랑의 순간임을 안다. 오늘도 나는 ‘살레시오의 집’이라는 그 ‘사랑의 학교’에서 믿음과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번호 | 날짜 |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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