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더불어 사는 기쁨” (요한 4,34-38)

유충희(대철베드로) 신부

유츙희신부님.jpg 요한 4,34-38은 예수님이 제자와 대화하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추수하는 것, 곧 내 손으로 심은 것을 내 손으로 거둘 때의 기쁨만을 생각하는데 예수님은 씨 뿌리는 이와 수확하는 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함께 누리는 기쁨을 말씀하십니다. 농부는 일 년 내내 수고의 결실로서 무르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 기쁘고 행복할 것입니다. 상인은 노력의 결과로 돈이 손에 들어올 때 기쁠 것입니다. 권력자는 노력의 대가로 권력이 자기 손에 쥐어질 때 기쁘고 행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과 기쁨은 이기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이들이 누리는 기쁨은 소유의 기쁨뿐이고 더불어의 기쁨은 없는 오직 자신만의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거두어들이는 일이 기쁘고 행복한 일이지만 내어주는 기쁨 또한 큽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내어주는 기쁨을 소유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희생 제물로 하여 자라나는 자식을 보는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이는 나 홀로의 기쁨이 아니라 더불어의 기쁨입니다. 씨 뿌리는 이와 수확하는 이가 함께 기뻐하는 그런 기쁨입니다.

방방곡곡에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이 퍼지게 된 것은 누군가가 나무를 심고 씨를 뿌렸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들은 그저 씨를 뿌리고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후에 누군가 그것을 보며 기뻐할 것을 앞당겨 보면서 수확의 기쁨으로 씨를 뿌렸을 것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기쁘게 살 수 있는 길은 더불어 살 수 있는 여건에서만 가능합니다.

지난 3년 간 원주교구 사회복지 후원회를 위하여 귀한 것들을 베풀어 주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 혼자만이 누리는 기쁨이 아니라 더불어의 기쁨을 위해서 베풂을 아끼지 않으신 회원 여러분들의 마음과 손길을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가운데 베풂이 발생되는 은혜로운 삶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베풂은 물질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 경전 <잡보장경>에는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눈으로 베푸는 안시(眼施), 얼굴로 베푸는 안시(顔施), 말로 베푸는 언사시(言辭施), 몸으로 베푸는 신시(身施), 마음으로 베푸는 심시(心施), 자리로 베푸는 상좌시(床座施), 방을 베푸는 방사시(房舍施)입니다. 이 일곱가지 베풂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즉석에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천사들의 집에서 지적 장애 친구들과 더불어의 기쁨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회원여러분들과 함께 한 지난 3년의 시간은 저에게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여러분들의 가정에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Message Date: 10-19-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