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온 글

오늘도 허그(HUG)해 줄게요 ♥

살레시오의 집 생활재활교사 이미정

171028.jpg ‘살레시오의 집’에서 지낸지 2년이 되어갑니다. 줄곧 노인복지분야 더군다나 이용시설 위주로 근무를 했던지라, 장애인분야는 생소했고 겁도 났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더 밀착된 상태로 대상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근무를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은 금방 익숙해졌지만 말을 못하거나 신체가 불편하고 또 마음까지 어려움을 지니고 있는 거주인들과는 쉽게 가까워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거주인이 자신의 물건에 대한 집착과 자해가 심하여, 거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다 보니 구석구석 상처와 멍이 들고 탈진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때 한 여자 거주인이 웃으며 다가와 “힘들지, 아프겠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고 “맞아요... 오늘 선생님이 좀 힘들었어요”라고 하니, “이리와, 허그(Hug)해 줄게”라며 다가와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토닥이며 안아주는 그 여자 거주인이 얼마나 감사한지... 평소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던 거주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유난히 격앙된 목소리로 하루 종일 말을 하며 거실을 돌아다니는 그 거주인에게 다가가 “00씨, 이리와 봐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말하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안아줄게요. 허그해 줄게요”하니 “허그가 뭐야?”라고 물어 “허그(Hug)는 힘들 때 따뜻하게 안아주는 거예요”라고 하며 안아주니 “허그 좋아, 미정이 좋아”라고 했고, 그 후에도 자주 그 거주인과 허그를 하며 지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내게 다가와 “허그 해 줄게”하며 안아주었을 때의 감동은 잊지 못합니다. 나는 늘 내가 살레시오의 집 거주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거주인들의 따뜻한 허그가 저를 살리고 다시 기운나게 해 줍니다. 하루하루 거주인들과 진심이 통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앞으로도 지치고 힘들 때 열심히 허그를 나누고, 사랑과 진심으로 함께 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이제 저는 매일 아침 출근해서 웃으며 인사합니다. “00씨, 허그해 줄게요”.

Message Date: 10-28-2017